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소설의 공통점은 주인공 시점에 있는 사람이 어떤 대상(진짜 주인공)을 관찰하거나, 추억하거나, 추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지구로의 순례를 앞둔 데이지가 올리브의 기록을, 올리브는 '마을'을 만든 릴리를
<스펙트럼>에서는 화자가 외계 행성에 도달한 희진을, 그리고 희진은 외계의 지성 생명체 루이를
<공생 가설>은 뇌 연구원 수빈이 아기들(의 생각)과 류드밀라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우주 연방 직원이 정거장에서 오지 않는 우주선을 기다리는 안나를
<감정의 물성>에서는 유사과학을 믿지 않는 에디터 정하가 우울체를 수집하는 여자친구 보현을
<관내분실>에서는 딸 지민이 엄마 김은하를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서는 우주 터널 통과 후보자인 가윤이 최초의 우주 터널 통과 우주인이었던 이모 재경을
그 과정에서 대상을 이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나를 이해하게 된다.
우주와 미지의 존재를 탐구할 때 무언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밖에 없고, 탐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너와 나를 더 잘 이해하는 데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다.
각 소설에는 어딘가에서 개발되고 있거나 개발되었거나 언젠가 개발 될 것 같은 기술들이 등장한다.
인간배아 디자인, 초소형 광자 추진체, (뉴런 단위로 뇌 활동을 분석하는) 단분자 추적 기술, 워프 항법, 이모셔널 솔리드, 사망한 사람의 마인드 시뮬레이션, 사이보그 인류로의 신체 개조, 스택마인드...
그렇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 마침내 우주 정복(?)이 가능해지더라도 인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당연하다. 인간을 배제한 우주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