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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 제임스 설터 단편집

최사막 2023. 11. 12. 18:41

-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녀가 말했다 ... “삶과 사는 척하는 것 중에 말이야.”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본능에 대한, 그리고 젊음과 늙음이 대비되는 이야기들.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이 외도하지 않고, 혹은 다른 사람을 마음속에 몰래 품지 않고 남은 평생을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세계관. 

 

 

인상 깊었던 세 편

 

<나의 주인, 당신> 

지나가는 차 뒷자석의 젊은 여자가 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밤을 새우고 피곤에 지쳐 집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부러워하는 유부녀 이디스. 

그녀의 미지근한 남편, 그녀를 자극한 시인, 그녀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시인의 개. 그리고 개에게 집착하는 그녀.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

아슬아슬하게 터지지 않는 폭탄을 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플라자 호텔>

젊은 시절 푹 빠져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동물적 감각'까지 살아났지만,

늙고 살도 쪄 버린 여자의 모습을 보고 급격히 식어버린 55살의 남자.

거울 속 자기 모습을 확인한 그는 호텔 밖의 젊은 여자들을 보고 눈물을 터뜨린다. 

늙어가는 게 싫은 건, 젊을 때만 가능한 연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거다.

 

 

<방콕>

바람을 피운 여자는 이렇게 변명한다. 

“나도 몰라. 그냥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바보 같은 충동을 느꼈을 뿐이야. 

행복은 다른 걸 갖는 게 아니라 언제나 똑같은 걸 갖는 데 있다는 걸 난 그때 몰랐어.” 

근데 이 말을 하는 목적이 유부남(과거 자기가 바람 맞힌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서라는 거.

결국 너도 행복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 편을 두 세번씩 읽었다. 감동이나 여운 때문이 아니라, 결말을 알고 다시 읽으면 처음과는 다른 시각으로 읽히기 때문에. 그런 반전 같은 게 있는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