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현수동 - 장강명
현수동은 장강명 작가가 직접 살았던 동네와 그 주변(망원역-광흥창역-홍대입구역 일대)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서 만든 가공의 지역이다. 앞에만 읽었을 땐 작가가 바라고 기대하는 '좀 더 나은 지역사회'에 대한 이야기인가,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현수동이 아우르고 있는 지역의 실제 역사, 그곳에서 살았거나 죽었거나 잠시라도 머물렀던 사람들, 신기하고 재미있는 전설과 유래 등등 이 동네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 성실하게 조사하고 관찰한 뒤에 애정을 담아 쓴 글이다.
난 내가 살았던 동네들에 대해 이 정도로 애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 고향이라고 할 만큼 나름 오래 살았던 곳도 있는데, 연예인이 된 학교 선배 외에는 알고 있는 출신 인물이 없고, 동네 이름의 유래, 동네 전설 같은 것에는 무지하고 무관심하다. 관심이 있는 건 집값 정도...
이중섭과 김수영, 김판돌 전설과 익사 사고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정말 많은데, 특히 밤섬 이야기가 재미있고 뭔가 뭉클했다. 전에 출퇴근하면서 마포대교를 건널 때 밤섬을 보긴 했지만, 밤섬에 이렇게 다이내믹한 역사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밤섬에 사람이 살았다니?! 최근 수신한 정보 중 제일 충격적이었다. 철새 보호 구역인 줄로만 알았던 밤섬이, 알고 보니 누군가의 그리운 고향이란다. 밤섬에 살았던 사람들한테 직접 경험담을 듣고 싶다. 그 고립된 곳에서 뭘 하며 지냈는지, 그곳은 동이 틀 때, 해가 질 때 어떤 모습인지...
책의 중간중간 현수동을 배경으로 삼거나 현수동과 관련된 다른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찾아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