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고
함께 부서질 그대가 있다면 - 박형준
최사막
2024. 1. 22. 23:35
박형준 시인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문학평론가 박형준의 인문 에세이.
제목, 부제, 소개글을 보면 굉장히 감성적일 것 같은 책이지만, 비평가의 글인 만큼 분석적이고 예리하다.
이 책이 좋았던 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보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볼 계획이 없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보다 영화에 대한 해석이 재미있는 <방구석 1열>처럼.
10여 분을 육박하는 <귀향>의 엔딩 크레딧은 단순한 자막의 나열이 아니라, 이 땅에 여전히 상처받은 영혼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의 기록이다. 또 그 처절한 역사적 시공간 속에서 누군가는 아파했고, 현재에도 아파하고 있다는 절규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마음의 연대'이다.
물론 봤던 영화나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대부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해설이라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14세의 사춘기 소년 전태일은 차마 또래의 여학생에게 구걸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당장의 배고픔과 가난을 모면하고 해결하는 것보다 '인간의 존엄'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태일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교수라서 그런지 정말 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인문학에 진심인 교수님.
딱딱한 문체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간미가 느껴지는, '겉바속촉'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