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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HIBANA) - 마타요시 나오키

최사막 2024. 4. 22. 20:54

무명 코미디언인 화자가 무명 코미디언 선배 가미야를 만난다. 두 사람은 만나서 말개그를 하거나 개그에 대해 말한다. 화자는 가미야를 별나고 기이한 사람이라고 여기면서도 코미디에 대한 가미야의 열정과 순수함이 대단하며 그에 비해 자신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꿈을 극적으로 성취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꿈을 '이뤘다'고 말할 수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데, 못 이룬 편에 훨씬 가깝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력해지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랑을 잃기도 하지만 사랑은 대체되었고 꿈은 대체되지 않는다. 

제도나 세상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거리의 남자가 세상을 위해 신기한 악기를 진심으로 두드려야 하는 것처럼, 진심으로 세상을 웃기려고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나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가미야(의 선택)때문에 속상했다.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지만, 화자가 꿈을 이루려는 사람이라면 가미야는 꿈속에 사는 사람이다. 화자가 '긴 세월을 들인 이 무모한 도전으로 인생을 얻었다'고 고백한 것은 꿈을 자기 인생의 일부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미야에게는 꿈이 전부다. 꿈이 전부인 사람에게 꿈은 폭력이 될 수 있다. 

 

화자는 배드 엔딩이 아니라며 살아있는 가미야 자체를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진짜 가미야를 위한다면 아주 세게 등짝 스매싱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나였으면 조금은 현실을 보라고, 꿈이랑 거리를 두라고 말했을 것 같은데, 실제 마타요시는 정말로 가마야랑 온천에나 갈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