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고

아무튼, 사전 - 홍한별

최사막 2024. 7. 15. 13:03

스즈키 아야네라는 일본 아이돌 출신 배우가 사전을 좋아한다며 서점의 사전 코너를 한참 동안 구경하는 걸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다. SNS에 글을 쓸 때 적절한 단어를 찾으려는 목적도 있지만 사전을 읽는 것 자체가 재밌다고 했다. 특이하면서도 멋진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도 그녀가 먼저 떠올랐다. 스즈키 아야네는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산세이도 사전과 신메이카이 사전을 로 소장하고 있는 데다가 새로 나온 디자인 버전도 갖고 싶다고 했다. 그 정도로 사전이 좋단다.

 

'아무튼, 사전'이라니, 사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알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책을 다 읽은 후 장바구니에 신메이카이 사전을 추가했다. 홍한별 작가는 사전장수다. 이 책을 읽으면 사전, 이왕이면 큰 사전을 사고 싶게 될걸.

  

 

번역도 창작 노동이라고 한다. 원문 언어와 타깃 언어가 일대일로 대응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번역가는 원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yellowish'라는 단어를 '노오란', '노릇노릇', '노르스름', '누리끼리' 중 무엇으로 번역할 것인가는 번역가의 선택이니까.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고 모으고 정리하는 번역가에게 사전은 (맞춤법 검사기와 함께) 필수 무기다. 

 

사전은 앞으로 지식에 부족함을 느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책이다. 지금 무언가를 알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모를 것에 대비해 소장하는 책이다.  

 

 

작가는 꼭 번역일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단어를 모은다고 한다. 흔히 '표현하기 어렵다'거나 '형용할 수 없다'거나고 하는 바로 그 감정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단어를 고민하는 것이다. 

신중하게 말을 고른다는 건 자신과 타인 모두를 배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 사전을 편찬하는 회사와 사람들을 응원하게 된다. 신조어는 점점 더 창의적으로 늘어나고, 반대로 사라지고 있는 단어도 있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과 동시에 사전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사전, 특히 국어사전이 한참 동안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걱정이 된다. AI로 뭐 어떻게 안 되나...

 

 

아무튼 시리즈 중에서 내 맘대로 순위 상위권에 오른 <아무튼,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