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고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 엘레나 페란테

최사막 2024. 11. 22. 22:03

   

 

   이탈리아 출신의 여성 작가라는 것 외에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어서 더욱 궁금한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글쓰기 강연을 하는 형식의 책.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할 수 없다. 글쓰기의 즐거움보다는 고통이 주로 느껴진다. “야! 너두 글 쓸 수 있어!” 하는 세상에서 “이 정도 각오는 해야지. 그래봤자 겨우 요만큼 쓰겠지만”하는 느낌.   

 

   작가로서, 특히 여성 작가로서 수많은 시행착오, 고민과 반성을 거쳤다는 걸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제 모든 작품은 인내심의 산물입니다. 

 

   스스로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무엇이든 빠르게 찍어내고 쉽게 조작하고 가볍게 변조할 수 있는 세상에서 모.든. 작품을 인내심으로 낳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공책에 그어진 행과 열에 민감하고, 운명에 도전하는 행위로 글을 쓰고, 수많은 인격의 체에서 거르고 걸러서 소재 하나를 건져 올리는 사람. 

 

   제가 만든 화자는 자신과 세계 간의 우연한 충돌이 일어나면, 너무 흥분해서 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준 자신의 형태를 변형시켰습니다. 그런데 그때 찌그러지고 비틀리고 생채기가 난 부위에서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많은 작가가 이런 경험을 한다고 들었다. 작가가 원래 쓰려던 주제를 등장인물이 바꾸는 순간. 영감이 떠오른다고 하는 것. 그런데 엘레나는 '내가 받은 영감'을 자만하는 것조차 경계한다. 이야기란 것은 한 사람의 작가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가 읽은 책과 글, 즉 다른 사람에게서 온 것이며 '너무나도 당당하게 우리의 소유라 생각하는 것이, 실은 타인의 소유'라고 한다. 

  

   

   글쓰기는 과거의 모든 글을 정복하고, 서서히 그 엄청난 자산을 쓰는 법을 배워나가는 과정입니다. 

 

   엘레나는 특히 남성 작가들의 글을 정복하는 싸움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남성 작가의 글이 압도적으로 많은 세상을 지나온 여성 작가로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의 바탕이 남성의 문학이라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고민하고 투쟁했다는 걸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1. <성가신 사랑>을 읽기로 했다. 이 소설에 그녀 자신이 온전히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읽어 본다. 

2. 글쓰기는 묘지로 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