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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탁현규

최사막 2024. 12. 26. 16:21

   저자에게 '기획하는 전시마다 대박을 터트리고 매 강연 청중의 감탄을 자아내는 고미술계 최고의 해설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알겠다. 그림 해설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그림을 보고 관찰하는 방법, 조선 시대 생활상, 화가에 대한 정보를 배우고 미술 지식 한 스푼도 더할 수 있는 책이다. 

 

   1관 <궁궐 밖의 사사로운 날들>은 주로 김홍도와 신윤복의 작품이 많고, 정선, 조영석, 김득신의 작품도 있다. 특히 신윤복의 인물 묘사 스킬이 압권이다. <노중상봉>에서 두 커플이 마주치는 데 한 남자가 자신의 예쁜 부인을 자랑하듯 소개하고 상대방의 부인은 예쁜 여인을 째려보고 있다. 미묘한 신경전과 심리를 예리하게 캐치한 그림을 보면 폭소가 나온다.  

<이부탐춘>은 짝짓는 개와 참새 두 쌍에 둘러싸인 과부와 몸종을 그렸다. 굳어버린 겉모습이지만 속은 얼마나 심란할지...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신윤복이다. 여자라는 썰이 나올 수밖에. 

 

   이밖에도 명압법 때문에 다크서클이 생긴 노름꾼, 스님들의 길거리 버스킹, 비구니의 과거 등 흥미로운 해설이 많다. 2관에서는 후반부의 숨은 인물 찾기가 재미있었다. 

 

   옛날 그림을 보니 시대는 변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음주가무 좋아하고, 몰래 도박하고, 남의 외모 시기하고, 지인 모임에서 파트너 자랑하며 경쟁하는 것, 여러 방면으로 욕보는 여성들, 동생들을 질투하는 첫째, 가난한 사람에 대한 냉대, 경로잔치 분위기 띄우는 아이들까지. 변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