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시대' 시리즈 중 변영주 감독의 강연 내용을 담은 책이다.
변영주 감독의 팬도 아니고 이분이 만든 영화를 본 적도 없는데,
<방구석 1열>을 보면서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전하는 메시지는 강하지만, 태도는 부드럽고 신중하기 때문이다.
'책머리에'만 읽어도 이분의 신중함을 알 수 있다.
'조심스레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
'조심스럽게 우리의 교집합을 확인해 본다.'
'너의 이야기를 수줍게 듣는다.'
'당신의 이야기를 얌전히 듣고자 한다.'
심지어 동물을 무서워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동물을 촬영할 때 동물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다하는 에피소드(85~91페이지)는 러블리함의 끝판왕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강연)에서 받은 첫 번째 메시지는 객관적인 태도의 중요성이다.
영화를 심의할 때도, 영화 산업을 비판할 때도, 동료가 실수를 할 때도, 감정적으로 반응할 게 아니라 원인을 찾고 객관적인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것.
싫어하는 뮤지컬이지만 그 안의 넘버는 좋을 수 있고, 삶은 인정하기 어려운 감독이지만 그의 영화에서 기법을 배울 수 있는 것처럼.
'뮤지컬 내용이 싫어서 그와 관련된 건 다 싫어'나 '저 감독은 나쁜 사람이니까 배울 점은 하나도 없어'라고 결론을 지어버리지 않는 게 성숙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메시지는 존중하는 마음이다.
먼저 나를 존중하기.
저는 자기를 일개 무엇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아요. '일개 건설노동자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라는 말에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어'라는 마음이 숨어있는 것과 마찬가지... 우리는 모두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해요... 그렇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어요.
그리고 타인을 존중하기.
내가 존중받아야 할 이유는 내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만큼 뻔하기 때문이에요.
여러분, 자기의 불행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만큼만 불행해요. 더 불행하지 않아요. 그러니 나처럼 불행한 사람 잡아먹지 좀 마세요.
+ 동물(약한 것) 존중하기.
약한 것들과의 연대란 어떤 대상에 대해 잘 모를 때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메시지는 물고기가 많은 취향의 호수를 만들라는 것이다.
영화나 글쓰기처럼 '창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유행과 대세에 휩쓸리느라 취향을 잃어버린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조언이 될 것 같다.
변영주 감독은 문학의 힘, 예술의 힘을 확신하는 사람이다.
소설 '그 남자네 집'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와 화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 '장길산'은 노동자로 살아 온 어느 할머니와 연동하는 경험을 주었다.
많은 소설과 영화, 음악, 미술 등을 접하고 내 호수에 잘 모아두었다가
오랜 기다림 끝에 때가 되면 월척(나만의 한 문장)을 낚는 것이다.
책을 읽기 때문에 내일은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거라는 변영주 감독의 말처럼...
좋은 책은 읽은 나도 내일은 좀 나아져 보자.
(그리고 감독님 영화부터 찾아봐야지...)
'책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Tell Me Your Dreams - Sidney Sheldon (0) | 2023.05.07 |
---|---|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0) | 2023.05.01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2) | 2023.04.14 |
사랑은 무한대이외다(김명순 에세이) (0) | 2023.04.02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0) | 2023.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