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5 뻬드로 빠라모 - 후안 룰포 얼마 전 인스타에서 소개글을 보고 궁금해져서 읽은 소설. 읽는 동안 신기한 체험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후안 쁘레시아도가 아버지를 찾으러 찾은 꼬말라에서 만난 사람들은 알고 보니 이미 죽은 자들이었다. 어느 시점부터 후안 쁘레시아도 역시 죽은 사람으로 나온다. 어떤 사람은 그가 꼬말라에 도착한 후에 죽었다고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죽은 상태로 꼬말라에 간 게 아닌가 싶다. 이 부분에서 그가 대문을 두드렸지만 허공을 두드리고 있었다는 게 힌트가 아닐까. 처음부터 마부 아분디오나 에두비헤스 부인과 교류할 수 있었던 것도 후안 쁘레시아도 역시 유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 같다. 영화 에서 같은 공간이라도 산 사람의 세계가 망자의 세계와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이 소설에 나오는 죽은 자들은 천주교.. 2024. 12. 5. 뇌우 - 차오위 중국 작가 차오위의 희곡이다.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을까, 이 전형적인 막장 스토리. 하지만 뻔해도 멈출 수 없는 게 바로 막장의 맛이지. 인물 관계의 3단 변화. 신스틸러는 단연 조우판이다. 뒤로 갈수록 섬뜩하고 소름 돋고, 또 제일 불쌍하기도 하다. 마지막은 끔찍하지만 어쨌든 쓰펑은 사랑받는 삶을 살아 봤는데, 조우판이는 사랑을 갈구하는 쪽이었으니까. 이제는 병원이 된 조우씨 집에 남은 사람은 조우판이와 루스핑뿐인데, 병문안을 온 푸위안마저 두 사람 중에 루스핑을 더 보고 싶어 한다. 조우판이는 그렇게 끝까지 사랑을 받지 못한다. 조우판이에 대한 묘사: 전체적으로는 한 알의 수정처럼 남자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줄 수 있는 인상이다. 밝은 이마는 충분히 이지적이어서 맑은 이야기를 할 것 같.. 2024. 8. 27. 코스모스 - 비톨트 곰브로비치 의식의 흐름이 복잡 난해하고, 뚝뚝 끊어지는 단어의 배열이 독서를 더욱 느리고 힘들게 만든다. 뒤죽박죽 혼재된 무관한 것들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급한 방식은, 영국 드라마 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스쳐 지나갔던 단서들을 엄청 빠른 속도로 조합해서 추리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목매달린 참새 - 목매달린 병아리 - 식당의 화살표 - 우리 방의 화살표 - 실에 매달린 막대... 우리가 발견한 화살표 말고도 다른 신호들이 벽이나 그 밖의 다른 곳에 숨겨져 있지 않다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세면대 위나 찬장 옆에 묻어 있는 얼룩들의 조합이라든지 아니면 바닥에 나 있는 긁힌 자국 같은 것들 말이다. 비톨트는 끊임없이 의심한다. 우연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상들에게서 유사성과 연관성을 찾.. 2024. 6. 3.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 엘리오 비토리니 시칠리아 전체가 온통 두 번 현실적이었으며, 그것은 4차원으로의 여행이었다. 추상적인 분노 중인 남자, 희망 없음 속에서 평온한 남자가 있다.어느 날 아버지에게서 받은 편지에는 자기가 다른 여자와 떠나게 되어 어머니가 혼자 있으니 찾아가 보라고 적혀있다. 남자는 15년 전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탄다. 남자가 기차에서, 또 갈아탄 다른 기차에서 여러 사람을 보고 관찰하고 몇몇과는 대화를 나눈다. 롬바르디아 거인: “언제나 무엇인가 다른 것, 더 나은 것을 바라면서, 또 언제나 그것을 가질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지면서......”남자: “하지만 그것이 저런 직업을 갖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롬바르디아 거인: “상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스스로를 포기할 때, 어떻게 .. 2024. 4. 24.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아이와 어른 사이, 소년과 남자 사이 어딘가를 지나는 한스가 여러 가지 '첫 경험'을 하고 설렘과 방황, 괴로움을 겪다 비극을 맞이하는 이야기. 나와는 배경도 시대도 다르지만, 한스가 느끼는 부담과 두려움은 그대로 전해졌다. 읽으면서 '사람 사는 거 그때나 지금이나, 여기나 거기나 똑같네'라고 생각했다.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박수 쳐주는 길을 앞두고 가졌던 부담과 기대. 이제는 승승장구하며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야심. 그 뒤로 잇따른 실망과 분노와 반항. 방황방황방황. 나를/내가 좋아한 사람과 싫어한 사람. 온 사람과 떠나간 사람. 탈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을)하고 좌절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열린 새로운 길. 그리고 거기서 똑같이 느낀 실망과 분노. 그때 누군가가 '그 길만 정답이 아니야,' '.. 2024. 2.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