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
9명의 사람들이 책방에 갇혀 글을 쓴다. [사이, 책장, 엽서, 커피, 오래된 물건, 달, 포옹] 중 한 단어를 선택하여, 단어만 보고 떠오른 글을 쓴다. 어떤 경우엔 제시어 대신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와 불을 켰다'로 시작하는 글을 쓴다. 1,600자 이상을 써야 책방을 나갈 수 있다. 두 번째 와글와글 프로젝트로 탄생한 글을 엮은 책이다. 똑같이 '엽서'를 주제로 글을 쓰는데, 어떤 사람은 가족과의 행복했던 여행을 떠올리고, 어떤 글에서는 가족에게 보낸 엽서가 빨간 글씨와 함께 반송되고, 어떤 작가는 세상을 떠난 가족을 그리워한다. '사이'의 해석이 다른 것도 흥미롭다. 누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한 작가는 물건과 물건의 '틈'이라고, 어떤 이는 '..
2024. 11. 23.
달밤의 산책(月夜の散歩)- 가쿠다 미쓰요(角田光代)
소설가 가쿠다 미쓰요의 일상 에세이. '음식/사람/삶/시대'의 네 개 챕터로 구분되어 있지만, 챕터와 관계없이 많은 이야기에 음식, 사람, 삶이 나온다. 모든 글의 마지막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데 작가의 반려묘가 자주 등장한다. 내가 갖고 있는 건 단행본이라 작은 흑백사진이지만. 소설에서 짐작했던 것과는 다르다고 해야 하나. 작가의 별난 고집, 호기심, 묘한 상상력, 엉뚱함이 보인다. 유난히 비닐랩을 아껴 쓴다거나, 요리를 잘한다는 사람한테 꼭 가장 못하는 요리가 뭐냐고 물어본다거나, 마라톤에 참가하기 전에 탄수화물 파티를 한다거나, 몇 년간 쓴 밥상이 알고 보니 코타츠였다던가, 집에 놀러 왔다간 손님이 놓고 간 물건 중에 거들의 주인은 찾아줄 수 없었다는 등. 별 것 아닌 ..
2024.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