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4 프리모 레비의 말 - 프리모 레비, 조반니 테시오 아우슈비츠 생존 화학자의 마지막 인터뷰 세 번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다. 본래 자서전 형식으로 출판할 것도 고려 중이었으나 레비의 자살로 실현되지 않았다. 프리모 레비가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송되기 직전까지의 이야기, 특히 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물론 '주기율표'의 등장인물들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글로 쓴 것을 다시 말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인다. 글로 써서 이야기로 만들어도 결코 치유되거나 완화되지 않는 상처이고 고통이니까. 실제로도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책에서는 인터뷰어가 좀 무서웠다. 레비한테 따뜻함이 부족하다는 말을 꼭 해야 했나. 세 번째 인터뷰에서 레비는 테시오의 질문을 버거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레비 “이 많은 질문을 던질 에너지가 당신의 어디에서 나오는지 .. 2023. 12. 26. 그저 좋은 사람 - 줌파라히리 우리는 가족에게 기대한다 이런 아빠였으면, 엄마가 이렇게 해줬으면, 형이라면 이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어떤 배우자가 되어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듯 그들은 내가 생각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가족은 낯설어지고 멀어진다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그녀는 더 이상 자기를 신뢰하지 않을 남편과 이제 막 울기 시작한 아이와 그날 아침 쪼개져 얼려버린 자기 가족을 생각했다. 다른 가족들과 다르지 않은, 똑같이 두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2023. 11. 30. 길들지 않은 땅 - 줌파라히리 읽으면서 느낀 점. 1. 우리는 같이 살았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가족이 된다. 2. 부모도 자식을 모르지만 자식은 부모를 더 모른다. 3. 나중에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No No... 영원히 모른다. 인도계 미국인 루마는 원래 변호사지만, 남편 아담의 직장을 따라 지인이 없는 시애틀로 이사했다. 세 살배기 아들 아카시를 키우고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며, 일을 쉬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루마의 집에서 며칠간 지내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마침 아담의 출장 기간이다. 루마가 시애틀로 이사 온 후, 루마의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가 루마 어머니와 살던 집을 팔고 소형 아파트로 이사한 후, 처음으로 아버지가 루마의 집에 오는 것이다. 루마, 루마의 아들 아카시, 루마의 아버지 세 사람이 함께 지내면.. 2023. 11. 27. 어젯밤 - 제임스 설터 단편집 -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녀가 말했다 ... “삶과 사는 척하는 것 중에 말이야.”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본능에 대한, 그리고 젊음과 늙음이 대비되는 이야기들.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이 외도하지 않고, 혹은 다른 사람을 마음속에 몰래 품지 않고 남은 평생을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세계관. 인상 깊었던 세 편 지나가는 차 뒷자석의 젊은 여자가 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밤을 새우고 피곤에 지쳐 집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부러워하는 유부녀 이디스. 그녀의 미지근한 남편, 그녀를 자극한 시인, 그녀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시인의 개. 그리고 개에게 집착하는 그녀.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 아슬아슬하게 터지지 않는 폭탄을 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젊은 시절 푹 빠져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 2023. 1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