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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4

욕조가 놓인 방 - 이승우 주인공인 당신에게는 결혼이란 제도로 이어진 아내가 있다. 아내와는 권태기 상태. 아내에게는 요양 중인 다른 남자 K가 있다. 당신은 아내가 K를 만나러 갔을 때 집을 지키고 싶은 욕구와 집을 헐어버리고 다시 짓고 싶은 욕구가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지키고 싶은 집이 어떤 집인지, 다시 짓고 싶은 집이 어떤 집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당신은 해외에서 홀로 여행하던 중 '그녀'를 만났다. 한국에 아내가 있을 때였다. 낯선 장소, 이국적인 분위기, 석양, 어둠, 조명,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로 둘러싸인 당신은 당신과 그녀만 존재하는 듯한, 세상이 축소된 듯한 사랑의 세계에 빠진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운명처럼, 그녀가 사는 도시로 발령을 받는다. 우연이 반복되면 사랑의 숙명성이 증가한다고 믿는 당신은,.. 2023. 9. 19.
사랑의 생애 - 이승우 알랭 드 보통의 랑 제목이 바뀐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는 사랑의 시작과 끝,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고, 는 왜(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 왜 '나'이고 왜 '너'인지, 사랑은 왜 '하는'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서다. 두 책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 첫째, 우리를 매혹하는 것은 미지의 대상이며, 모르고 낯선 사람이 주는 불편함과 긴장감이 곧 호기심과 관심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둘째,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해 주다니'라고 생각하는, 자존감 낮고 열등감이 큰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불안한지를 보여준다. 를 읽을 땐 주인공의 경험을 보고 '나도 그랬는데'하고 공감했다면, 를 읽을 때는 작가의 해석을 보며 '그럴 수도 있구나,' '이래서 그랬던 거구나'하고 이해하게 됐다. 는 사랑이 불완전하고 모순된 .. 2023. 8. 1.
마음의 부력 / 부재 증명 - 이승우 한 사람을 사랑했을 뿐인데 다른 누군가가 사랑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사랑이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은 역설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다른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 행위와 같은 것이 된다. 공평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성애도 그렇다. 자식들 중에 덜 아픈 손가락과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하듯이, 그렇다고 덜 신경 쓰이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케이크가 아니니, 똑같이 몇 등분해서 나눠줄 수는 없지 않은가. “난 모든 자식을 똑같이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나의 경우도 그랬다.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나와 내 형제자매 중 누군가를 더 좋아했다. 나는 누군가의 최애였고, 누군가에겐 차애였고, 누군가에게는 관심을 받지 못.. 2023. 5. 21.
생의 이면 - 이승우 소설의 화자는 '박부길'이라는 소설가를 취재하게 되고, 주로 박부길이 쓴 글을 통해 그의 '생의 이면'을 보여준다. 나는 박부길에 대해 초반에는 연민을 느꼈고 중반에는 공감했고 후반에는 그를 혐오했고 끝에는 응원하게 됐다. 어린 박부길에게 두려움, 거절감, 죄책감이라는 정서가 쌓이는 과정이, 그리고 그를 보듬어 줄 사람 하나 없었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세상은 나를 힘들어했다. 내가 세상에 대해 그런 것처럼. 그것은 내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 속에 들어와야 한다고 세상은 내게 말했다. 세상 속으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세상을 이해할 수.. 2023.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