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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부력 / 부재 증명 - 이승우

by 최사막 2023. 5. 21.

<마음의 부력>

 

한 사람을 사랑했을 뿐인데 다른 누군가가 사랑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사랑이 차별을 만들어내는 것은 역설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다른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 행위와 같은 것이 된다.

 

 

공평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성애도 그렇다.

자식들 중에 덜 아픈 손가락과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하듯이,

그렇다고 덜 신경 쓰이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케이크가 아니니, 똑같이 몇 등분해서 나눠줄 수는 없지 않은가.

“난 모든 자식을 똑같이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나의 경우도 그랬다.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나와 내 형제자매 중 누군가를 더 좋아했다. 

나는 누군가의 최애였고, 누군가에겐 차애였고, 누군가에게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차별적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모님과 조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중 어느 한 분을 가장 좋아했다. 

아빠와 엄마를 동등한 크기로 혹은 동등한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는 어머니와 두 아들의 이야기를 성경의 리브가와 에서, 야곱에 빗대고 있다.

나는 탕자 이야기도 떠올랐다.

아버지, 아버지 곁에서 살았던 큰아들, 방탕하게 살다 돌아온 작은 아들. 

아버지는 두 아들을 다르게 사랑했다. 누구의 입장에서 보면 불평등해 보이지만 결국 둘 다 사랑한 것이다. 

 

남매였던 마르다, 마리아, 나사로도 공평하게 삼등분된 사랑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예수도 열두 제자를 똑같은 크기와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치만 결국 모두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설 속 어머니가 큰아들에게 더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은, 

둘째 아들을 더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큰아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자식이 한 명이었더라도, 어머니는 다른 이유와 구실을 찾아 외아들을 더 사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했을 것이다. 

그게 어머니 마음이니까. 

자식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대상이 죽으면 더 사랑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나는 화자의 아내가 하는 말에 가장 공감했다. 

형은 어머니로부터 자기가 받는 사랑과 동생이 받는 사랑을 비교하지 않았을 것 같다. 

형이 자주 했던 “면목이 없다”는 말은 “쟤보다 날 더 사랑해 줘”가 아니라 “미안하다”는 말에 가깝고, 미안한 마음은 어머니에게, 동생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생긴 것일 테니까. 

형은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느꼈을 것이다.

 

세상을 떠난 큰아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어머니와, 

형이 혹시 자신을 부러워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반성하는 동생은 

죽은 사람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미련을 안고 사는 남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부재 증명>

읽는 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떠올랐다. 

 

주인공이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떠난다는 점,

의식과 무의식의 모호한 경계,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된다는 점,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의 차이,

과연 주인공이 범인일까 아닐까, 남는 궁금증...

 

이런 공통점 때문에.

다른 점이 있다면 쓰쿠루는 범인 같지 않고, <부재 증명>의 주인공은 범인 같다.

 

주인공은 아이디만 여러 개인 게 아니라 인격도 여려 개인 것이다. 다중 인격.

범인인 인격의 이름을 예를 들어, '천기피'라고 하면,

천기피는 기피하고 모르는 척 하는 게 주특기다.

그래서 베가본드, 외삼촌, 미경을 봐도 모르는 체 한다. 

다른 인격들이 즐기는 온라인 활동도 싫어한다.

다른 인격들은 물론 온 세상이 알고 있는 남천 강간 살인 사건도 자기가 저질러 놓고 아닌 척 피하는 중이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 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렇게 혼자만의 결론을 내림.

 

 

마음의 부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