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랑지.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다.
곱슬머리가 두껍게 말리고 윤이 나는 모양이 꼭 쥐꼬리 같아서 쥐꼬랑지라고 불린다. 쥐꼬랑지가 사는 나라는 겨울이 아주 길고 사람들은 주로 스웨터를 입고 다닌다.
쥐꼬랑지가 사는 나라에서 스웨터는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사람들은 스웨터를 뜨면서 털실과 털실이 바늘로 엮이는 그 공간에 강아지의 체온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을 넣었다.
양계장에서 닭의 목을 비틀고 털을 뽑는 일을 하는 고모와 사는 쥐꼬랑지는, 털실을 살 돈이 없다. 쥐꼬랑지는 친구 아멜리아에게서 스웨터 짜는 법을 배운 후, 상상으로 털실을 엮어 스웨터를 만들고 옷장안에 넣어둔다.
어느 날, 쥐꼬랑지에게 진짜 쥐가 나타나 색색의 실을 갖다 준다. 상상으로만 스웨터를 짜던 쥐꼬랑지는 놀라운 뜨개질 실력을 발휘한다.
쥐꼬랑지의 능력은 고급 뜨개질 사관학교 '붉은 사자 학원'의 원장과 학원의 주인 '안나 여사', 부잣집 딸이자 학원생 중의 실세 '샤롯', 그리고 한때 쥐꼬랑지의 친구였던 '아멜리아'도 알게 된다.
쥐꼬랑지는 원장의 제안으로 뜨개질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원장과 안나 여사는 쥐꼬랑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지만, 샤롯과 아멜리아는 다른 방식으로 쥐꼬랑지를 시기, 질투한다.
그런데 쥐꼬랑지는 (대회의 우승자를 결정하는) 안나 여사의 취향에 맞추느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지 못하자 한 부분도 완성하지 못한다. 쥐꼬랑지를 가르치던 선생 줄리엣도 떠나버린다.
내 편이 없다고 생각하는 쥐꼬랑지의 유일한 대화 상대는 쥐꼬랑지가 기겁하고 질색하는 생쥐 '코지마'.
코지마는 '친구를 사귀는 마법'을 쓸 줄 안다. 코지마가 친구들을 사귀는 이야기는, 압권이다.
'봄의 첫 꽃' - 꽃송이가 피지 않아 인간에게는 버려졌지만 코지마는 숨어 있는 향기를 알아채고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심어주었다. 봄의 첫 꽃과 친구가 된 후로 코지마가 가는 곳에는 꽃향기가 난다.
'천국의 무용수들' - 저마다 멜로디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콩깍지에 갇혀서 노래하지 못했던 완두콩들이다. 코지마가 콩깍지를 열어준 덕분에 마음껏 음악을 뿜어내고 춤을 출 수 있게 됐다.
'뱀자리 은하수' - 빛을 잃고 싶지 않아 기운을 내기 위해 코지마를 삼키려고 했지만, 코지마의 '아름다워!'라는 말 한마디에 친구가 되는 마법에 걸린다.
'유령불'과 '손톱달' - 여기저기 불을 지르고 다니는 망나니 유령불과 창백하게 추워하는 손톱달이 서로 사랑에 빠졌다. 사랑의 열병을 앓던 둘은 코지마와 뱀자리 은하수의 도움으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코지마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은 쥐꼬랑지는 코지모가 마법이 아니더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쥐라고 생각한다.
뜨개질 대회 날.
아멜리아는 기계가 뜬 것처럼 정교하고 독특한 뜨개질 기법의 스웨터를, 샤롯은 과거 우승 작품의 장점을 모아 고급스러운 재료로 완성한 스웨터를 선보인다. 쥐꼬랑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코지모와 친구들을 위한 스웨터를 완성했다.
그리고 대회의 우승자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
김윤희 작가의 <사랑의 작은 책자>와 <쥐꼬랑지>를 읽어보니 상상력도 대단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동화책보다도 감격적이고, 기대감 같은 게 부풀어 오른다.
주인공이 희망을 가질 때 나도 희망을 갖고, 꿈을 꿀 때 나도 꿈꾸게 된다.
열정적으로 응원을 쏟아내는 원장 선생님을 보면서, 쥐꼬랑지는 만일 그 말들을 저금할 수 있다면 앞으로 10년은 거뜬히 희망적으로 살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쥐꼬랑지는 그 희망의 말들을 아작아작 딸기 씨가 씹히는, 달콤샐콤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입안에서 살살 녹여 꿀꺽 삼켰다.
꿈을 꾸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좋아하는 마음'.
지금 나를 지치게 하는 이 꿈이야말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친구,
라며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하는 김윤희 작가의 다음 책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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