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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단어의 사생활 - 제임스 W. 페니베이커

by 최사막 2024. 2. 9.

 

내가 말하는 단어들은 나의 행동과 생각의 <잔여물>이다

 

저자는 이 전제를 바탕으로 이메일, 블로그, 연설문, 소셜 미디어, 문학 작품, 구인 광고 등의 텍스트에 사용된 방대한 양의 단어를 연구하고 통계를 내고 분석한다. 

단어만 보고 이 말을 한 사람의 성별, 성격, 직업, 출신, 심리 상태 등을 파악한다.

또는 역으로 비슷한 직업,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사용한 단어들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낸다. 

 

책에는 아주 다양한 연구가 소개되고 있는데, 그 연구들의 결론은 이거다. 

 

우리는 모두, <언어의 지문>을 남긴다.

 

 

교수님의 책이라 그런지 강의를 듣는 것 같다. 근데 모든 강의의 주제가 비슷하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 느낌. 

 

'학술적인 글과 일반적인 비소설은 형식성이 높고 연애소설은 즉시성이 높다'라는 결론은 굳이 힘들게 분석하지 않아도 당연한 소리 아닌가.

 

그리고 주로 영어 텍스트와 영어권의 사례를 들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나', '우리' 같은 기능어 분석이 자주 등장하는데, 아무래도 영어에서의 '나/우리'와 한국어에서의 '나/우리'는 다르니까(이 사실이 언급되기는 한다), 자꾸 물음표가 생겼다. 

이 책의 역자는 꽤나 힘들었을 것 같다. 

 

 

통계 자료 중 웃겼던 건 '문학 작품 속 남녀 주인공의 남성적-여성적 언어 지수'다.  

 

[여자가 여자처럼 말하고 남자가 남자처럼 말하는 작품]

조안 테퀘스버리 - <내쉬빌>

스파이크 리 - <똑바로 살아라>

데이비드 린치 - <블루 벨벳>, <멀홀랜드 드라이브>

샘 셰퍼드 - <매장된 아이>, <매드 독 블루스>

손톤 와일더 - <우리 읍내>.

 

[여자와 남자가 모두 여자처럼 말하는 작품]

노라 에프런 - <유브 갓 메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거트루트 스타인 - <브루지와 윌리>, <자매가 아닌 세 자매>

소피아 코폴라 -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우디 앨런 - <한나와 그 자매들>

캘리 쿠리 - <델마와 루이스>

 

[여자와 남자가 모두 남자처럼 말하는 작품]

쿠엔틴 타란티노 - <펄프 픽션>

윌리엄 셰익스피어 - <로미오와 줄리엣>, <티투스 안드로나쿠스>

로나 윌리엄스 - <드롭 데드 고저스>

캐머런 크로 - <올모스트 페이머스>, <제리 맥과이어>

코트니 헌트 - <프로즌 리버>

 

 

? 줄리엣이? 영어로 읽으면 그런가? 

여자가 여자처럼 말하고 남자가 남자처럼 말하는 작품을 쓰는 작가의 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되지만, 꼭 그렇게 써야 좋은 작품인 것 같지는 않다.

 

 

'형식적 사고의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설명할 때 관형사와 조사를 많이 사용했고 더 체계적이고 나이가 많은 편이며 성실한 경향이 있었다.' 

=>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오랜 노력을 들여 연구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컴퓨터로 단어를 분석해서 익명의 글을 쓴 사람을 추적해 범죄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정치인들은 단어를 다르게 사용해 이미지 변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활용도가 높은 연구였다. 

 

 

내 블로그를 분석하면 내가 속한 사회적 범주를 알 수 있다는 말인데, 세상에 그렇게 시간 많은 사람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