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드라마인 줄.
어린 시절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미혼모가 된 줄리. 가족에게서도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원을 받지 못해 홀로 세 살배기 룰루를 키우며 슈퍼에서 계산원 일을 하고 있다. 상사에게 꾸중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줄리에게 얼마 전 이혼한 돈 많은 아저씨 폴이 접근한다. 폴은 줄리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연민, 인류애 혹은 부성애를 느낀다. 그는 아들 제롬과 둘이 떠나기로 한 별장으로의 휴가에 줄리와 그녀의 아들을 초대한다. 물론 모든 비용은 폴이 부담하며 운전도 폴이 하고 줄리가 부담스러워해도 막무가내로 자선을 베푼다.
폴의 아들 제롬은 시골 의사로, 아내의 자살 이후 정서가 마비된 상태에서 일에만 치여 지냈다. 휴가를 떠나기 전 자기 역할을 임시로 맡아 줄 초보 의사 카롤린을 고용해 두었다. 제롬은 처음에 줄리가 못마땅했지만 폴은 줄리가 제롬의 정서 회복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왜지? 줄리를 안 지 얼마나 됐다고). 어떤 계기로 제롬과 줄리는 밤 중에 배를 타게 되고 제롬은 줄리의 몸을 위부터 아래까지 더듬는다. 그 다음 단계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남자들에게 받은 상처와 모욕감 때문에 모든 남자를 경계한다던 줄리가 제롬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인 건 모순적이다. 줄리는 제롬을 엄마처럼 토닥이고 제롬은 줄리에게 안겨 울기도 한다.
행복한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던 폴과 제롬, 줄리와 룰루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인다. 폴과 줄리는 약간의 부상을 입었으나 무사한 편이고 제롬은 한쪽 다리를 다쳤고 룰루는 의식이 없는 중증 상태가 된다. 그리고 룰루가 깨어나면 재활을 돕게 될 로맹이 병원에 찾아온다. 로맹에게는 딸이 한 명 있는데 그와 이혼한 아내는 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룰루를 보살피는 줄리의 모습과 대비된다. 로맹도 폴처럼 슬퍼하는 줄리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도와주고 싶어 한다. 로맹은 룰루가 세상을 떠난 후 무너져 있는 줄리를 매달 산으로 데려가고, 결국 둘이 사랑하게 된다.
줄리는 울.기.만. 했는데 폴이라는 돈 쓰기 좋아하는 아저씨가 모든 비용을 내주고 피아노와 벽난로를 선물해 주고 집세도 내준다. 줄리가 공부할 수 있게 소개해 주고 연결해 주고, 무한히 베풀어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된다.
줄리는 울.기.만. 했는데 로맹이라는 매력적인 남자가 감정적 수렁에서 줄리를 꺼내주고 남편이 된다.
줄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약하고 취약한, 누군가의 도움에 의지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상태로 어떠한 노력도 소용없다고 자포자기한 사람에게, 좋은 사람들이 마구 등장해서 무조건적인 줄리 편이 되어주는 게 억지스럽다.
제롬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카롤린과 카롤린에게 선배미를 발산하는 제롬이 연인 관계가 된 건 그렇다고 치고.
부자 아저씨 폴과 서른 살 아래인 예쁜 여성 마농(줄리의 친구)이 연인 관계가 된 건, 꼭 이래야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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