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무한대이외다1 사랑은 무한대이외다(김명순 에세이) 김명순은 '미친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계절, 날씨에 대한 표현력만 봐도 알 수 있다. XX 언니, 우리가 농홍색의 비단을 편 듯한 산길을 배회할 때에는 염려치 않았던 그 한겨울이 찬 바람의 사자를 어느덧 보내어 어여쁘던 단풍잎들을 방향도 없이 날려 흩어버리고 지루하게 머물러 쌀쌀스럽게도 센 수염을 풀풀 날리는 요즈음. 가을 지나 겨울 왔다는 말을 이렇게 한다고?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김명순의 글은 솔직하고 힘 있고 진취적이다. 여자는 공부도, 단발도, 이동도, 사랑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에 살면서 그녀는 얼마나 많은 차별과 모순과 희롱과 시기, 질투를 겪었을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 폭발하지 못하고 응어리져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김명순은 이상과 희망을.. 2023. 4.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