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정거장1 미조의 시대 - 이서수 여러 번의 이직과 퇴사 끝에 무직 상태인 미조는 엄마랑 살고 있는 셋방에서 나가야 한다. 집주인에게서 방 빼라는 말을 들은 날, 미조의 엄마는 이런 시 구절을 썼다. 떡집에서 못 팔고 버린 떡 같은 하루. 어쩐지 개떡 같은 하루보다 더 개떡 같은 하루처럼 들린다. 수중의 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5천만 원. 서울에서 5천만 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머리가 차일 것 같고, 냄새만으로 옆집 반찬이 감자조림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는 반지하 방. 미조는 엄마가 키우는,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자란 고구마 줄기를 보았다. 안 그래도 짐이 많은데, 원룸에 이 짐을 다 넣을 수는 없을 텐데 고구마 줄기는... 자라며 내게 자기 방을 달라고 외치는 듯했다. 있는 줄도 몰랐던 조용한 식물까지.. 2023. 10.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