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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내일은 초인간 1 - 김중혁

by 최사막 2023. 7. 27.

   초반에는 공상우랑 민시아가 WTC 대회에서 서로 잡고 도망치는 경기를 치르고 일인자를 정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 과정에서 공상우랑 민시아가 성장하고 백건 아저씨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오는... 

 

   그런데...상처와 외로움을 안고 무능력자처럼 살지만 알고 보면 초능력자들인 사람들의 모임, '초인간클랜'이 등장한다. 

   

   리더이자 인간 온도계인 오은주, 정지 시력을 가진 유진,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이지우, 숫자 변태천재 정인수, 팔이 늘어나는 공상우, 누구보다 빠르게 피하는 민시아, 그리고 마지막에 합류하는 그레이해커 재이. 

 

   '우리가 서로 다른 이유는 상대를 차별할 이유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유한 특질을 이해하고 축복하기 위해서다.' 다르다는 걸 기쁘게 받아들이는 게 우리 클랜의 목적이야. 

 

   뉴스에서 자율 주행 트럭을 사용한 '잉여 동물 도태(도살) 계획'을 알게 된 클랜원들은, 트럭을 습격해 죽음을 앞둔 동물들에게 삶을 연장해주기로 한다.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소외된 능력자들이 서로 친구가 되고 함께 습격에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기발했고, 중간중간 김중혁식 유머에 피식하기도 했지만... 다 읽고 나니 왜 이렇게 아쉽지

 

   아쉬운 것 첫 번째는 습격 중에 초능력을 활용하는 걸 기대했는데, '이지우'랑 '재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능력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클랜을 소개하면서 각자의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설명해 줬지만, 그 능력으로 뭘 하지 않았다는 게 아깝다. 

   유진이는 처음에 공상우를 클랜으로 초대한 것 말고 끝까지 하는 게 없고. 정인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할뿐,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 민시아도 공상우의 여친이 된 것 외에는... 뭐 없다. 

 

   그러니까 결국 대단한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건 초능력이 아니라 너와 나의 협력이라는 걸까? 

 

   또 아쉬운 건 캐릭터들이 결국엔 다 착한데다가 줄거리에 긴장감이 없어 지루하다는 거다. 배신자나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다.

   빌런이라고 하면 사자한테 돌은 던진 남자 무리뿐인데 그마저도 금방 사라져 버린다. 공상우가 무리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한 뒤 반격하는 장면은 좀 시시했다. 후반부에 공상우가 WTC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는 장면이라도 넣어주지...

 

   긴장감이 있었어야 할 장면, 네 대의 차량이 쫓고 쫓기는 장면은 서북산의 등장과 함께 긴장감도 산으로... (동물원 3의 김홍수 씨는 어떻게, 퇴근 잘하셨을까?)

 

   다른 캐릭터보다는 '한모음'이 김중혁 작가와 닮은 점이 많다. 소리(특히 작은 소리)에 예민하고, 음악에 조예가 깊고, 습격 사건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말'보다도 더 작가의 말처럼 들린 건 한모음의 말이었다. 가끔 작가의 음성 지원도 되고...

  

한숨에 관한 한모음의 말:

어떤 한숨에는 육체의 피곤함이 들어 있고, 어떤 한숨에는 정신의 고단함이 스며 있고, 어떤 한숨은 버릇이며, 어떤 한숨은 항의이고, 어떤 한숨은 단념이다. 

 

 

도태를 앞두고 있는, 체념한 듯한 오소리의 말:

"굴 속에서 가만히 엎드리고 있으면 차들이 지나가. 그러면 주변의 모든 땅이 울려. 팔을 베고 자다가 깜짝 놀라. 머리 위에서 흙이 내려앉고 뿌리들이 떨어져 나가. 귀가 아플 정도로 커다란 소리야.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싶은데, 흙이 내려앉으면서 눈앞에 맛있게 생긴 지렁이가 툭 떨어져. 나쁜 일 하나에 좋은 일 하나. 시끄러우면 지렁이가 생겨. 애써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좋은 일 하나에 나쁜 일 하나, 달라질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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