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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 안리타

by 최사막 2023. 10. 28.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한 사람을 생각했다. 

내 속의 말을, 시인이 다 듣고 쓴 것 같은 글들.

 

 

너머의 너와 이쪽의 내가 무관한 채로 서서히 저물어 간다. (무관)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에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이 삶을 바쳐 사랑해도 좋을 것이다. (미완성의)

 

불가능을 향해 몸부림친다. 꿈을 꾼다는 것은 삶을 망각하기 위한 방식이어서 고꾸라지게 불가능을 반복하고야 마는 그 망각법은 꽤나 이 긴 생의 시간을 때우기 좋았다. (불가능을 향해)

 

영혼이 영혼을 맞잡는 거리의 수치라든가,

마음의 깊이를 측량하는 공식이라든가,

그런 것이 있다면 정확히 거기 갈 텐데. (눈동자)

 

당신의 일생을 듣는 귀가 있어서

내 것이 아닌 슬픔에도 농밀해지다가

이내 내 것이 되어버려 펑펑 울고 싶다가. (익명의 밤)

 

 

 

그리고 고정해두고 싶은 시 두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