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한 사람을 생각했다.
내 속의 말을, 시인이 다 듣고 쓴 것 같은 글들.
너머의 너와 이쪽의 내가 무관한 채로 서서히 저물어 간다. (무관)
결코 이루어질 수 없기에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이 삶을 바쳐 사랑해도 좋을 것이다. (미완성의)
불가능을 향해 몸부림친다. 꿈을 꾼다는 것은 삶을 망각하기 위한 방식이어서 고꾸라지게 불가능을 반복하고야 마는 그 망각법은 꽤나 이 긴 생의 시간을 때우기 좋았다. (불가능을 향해)
영혼이 영혼을 맞잡는 거리의 수치라든가,
마음의 깊이를 측량하는 공식이라든가,
그런 것이 있다면 정확히 거기 갈 텐데. (눈동자)
당신의 일생을 듣는 귀가 있어서
내 것이 아닌 슬픔에도 농밀해지다가
이내 내 것이 되어버려 펑펑 울고 싶다가. (익명의 밤)
그리고 고정해두고 싶은 시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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