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카라는 어릴 적 엄마가 집을 나간 이후 아버지와 둘이 살아왔다.
최근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오우치 카페'를 물려받았다. 다이쇼 시대에 서양식과 일본식 건축 양식을 결합해 지은 독특한 건물이다.
자기 집 정원인양 수시로 카페를 찾아오는 옆집의 구라바야시를 제외하면, 카라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낸다.
어느 날 이혼 직후 찾아온 친구 미키코가 이곳에서 '셰어 하우스'를 함께 운영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맞이하게 된 입주자들 -
시바견을 키우는 오십 대 중반의 여성 사토코,
예쁜 얼굴과 싹싹한 성격이 호감형인 삼십 대 중후반의 아유미,
아들과 며느리에게 쫓겨나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일흔셋의 지에코.
저마다 마음속에 빈자리와 가시가 있고, 지에코의 표현처럼 다들 '배배 꼬여있다'.
성격도 습관도 취향도 다른 사람들이 '남'과 살아간다.
주 등장 인물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정성을 다해 커피를 내리고, 좋은 재료로 음식을 준비하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는 모습,
인물들의 처연한 사연,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과의 어울림,
계절이 느껴지는 장면들은
'카모메 식당',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펜션 메챠'를 연상시킨다.
카라는 고바야시 사토미를, 사토코나 지에코는 모타이 마사코를 닮았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도 고집을 꺾지 않는 스스로가 못마땅하고, 외로움에 무기력해졌던 지에코가 내일을, 일 년 후를 기대하면서 생기를 찾는다.
다들 외모와 성격을 칭찬하지만, 사실은 거짓투성이 인생에 괴로워하던 아유미가 자유로워진다.
부모가 쌍둥이 자매 중 동생만 선택했다는 사실에 원망을 품고 살았던 사토코의 응어리가 풀린다.
남편의 정신적 학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사토코의 지적에 다시 예민해진 미키코가 사람에 대한 기대와 편견을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스스로 음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카라는 어느새 누구보다도 열린 사람이 되어 있다.
카라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원망하지 않았냐는 미키코의 질문에, 카라 아빠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원망하는 마음에 매달려 있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잖니.
나한테는 카라와의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앞을 봤어. 그뿐이야.”
이 책 속의 인물들도 과거에 매달리는 대신 앞을 보며 현재를 살아가기로 한다.
그 결심에 나도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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