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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 이승우

by 최사막 2023. 9. 19.

주인공인 당신에게는 결혼이란 제도로 이어진 아내가 있다. 

아내와는 권태기 상태. 아내에게는 요양 중인 다른 남자 K가 있다. 

당신은 아내가 K를 만나러 갔을 때

집을 지키고 싶은 욕구와 집을 헐어버리고 다시 짓고 싶은 욕구가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지키고 싶은 집이 어떤 집인지, 다시 짓고 싶은 집이 어떤 집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당신은 해외에서 홀로 여행하던 중 '그녀'를 만났다. 한국에 아내가 있을 때였다. 

낯선 장소, 이국적인 분위기, 석양, 어둠, 조명,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로 둘러싸인 당신은 

당신과 그녀만 존재하는 듯한, 세상이 축소된 듯한 사랑의 세계에 빠진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운명처럼, 그녀가 사는 도시로 발령을 받는다.

우연이 반복되면 사랑의 숙명성이 증가한다고 믿는 당신은, 명분을 찾고 용기를 내어 그녀를 찾아간다.

 

그런데 막상 동거해 보니 왜인지 그녀에게 성욕을 느끼지 못한다. 

그녀의 방에 놓인 욕조와 거기서 나는 물소리에 불편하고 예민해진다. 

 

과거의 온도, 습도, 냄새, 소리가 만들었던 사랑은 현재의 온도, 습도, 냄새, 소리로 시들해졌다.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던 마음이, 죽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변했다. 

어쩌면 애초부터 사랑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이승우, 알랭 드 보통, 밀란 쿤데라 등 수많은 작가가 알려줬다. 

미지의 대상에게서 느끼는 설렘, 긴장감, 호기심이 익숙함, 무심함, 건조함, 권태가 되는, 

사랑이 발생해서 소멸하기까지의 과정을. 

 

알면서도,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연애 소설'이라고 할 때 기대하는 내용이 있다.

제발 이 책이 내가 기대하는 연애 소설이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이번 사랑은 제발 내가 기대하는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