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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아간다는 것) - 위화

by 최사막 2023. 9. 9.

도박과 여자에 빠진 철없는 망나니 푸구이에게 천운이 따랐다. 자전을 아내로 만난 것이다.

자전은? 부유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데 운을 다 써서 남편 복은 지지리도 없게 된 여자일까?

 

이혼 사유가 한둘이 아니었음에도 푸구이 곁을 지키고, 펑샤와 유칭을 낳아 기르고, 몸이 망가져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던 자전. 

자기 병이 불치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돈도 없는데 치료할 수 없다니 차라리 다행이라며 즐거워하는 사람. 

자기 죽을 때 마대 말고 천으로 싸라며 삶을 포기하는 듯했지만, “나 죽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랑 애들 얼굴 매일 보고 싶어요”라며 기력을 되찾은 크고 강한 사람. 

농아인 펑샤의 혼인 상대가 팔다리 멀쩡하고 돈이 많다고 하니 걱정하다가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하니 그제야 마음을 놓는 엄마. 

신발에 묻은 진흙 따위 누가 신경 쓰냐는 늙은 남편에게 “사람은 늙어도 사람이다. 깔끔해야 하는 법”이라는 아내. 

 

“어쨌든 나도 어미였고, 두 아이 모두 살아 있을 때 나한테 지극정성이었으니 사람이 그 정도 살았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죠.”

남편, 재물, 건강 복은 없었을 지 몰라도, 이렇게 생각하고 말할 줄 아는 자전은 그 사람 자체가 복이었고 운이었다. 스스로 빛이 났다.

 

푸구이는 한량 + 꼰대였지만, 그도 반성은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과거를 회상하며 자기 이야기를 하는 내내 후회하는 모습이 보인다. 

 

늙은 소를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며 하는 말은 결국 본인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오늘 유칭과 얼시는 한 묘를 갈았고, 자전과 펑샤는 칠 할에서 팔 할 정도 갈았고, 쿠건은 아직 어려서 반 묘를 갈았단다. 네가 얼마를 갈았는지는 내 말하지 않으마. 그걸 입 밖에 내면 내가 너한테 무안을 준다고 여길 테니까.”

 

“돌려 말하자면 너는 나이가 많으니 이 정도 가는 데도 온 마음과 힘을 다 썼다고 볼 수도 있지.

 

 

푸구이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헛헛해지고 그가 안쓰러워지는데, 그건 푸구이가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왔다 갔기 때문이다. 

 

위화는 인생, 살아간다는 건 '사람을 맞이하고 사람을 보내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

내 삶에 다녀가는 사람들을 잘 맞이하고 잘 보내야지.

그들이 살아있을 때, 내가 살아있을 때, 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