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책을 읽는 동안 밥맛을 잃어버렸나.
이 단편집에 수록된 일곱 개 작품에는 각각 다른 관계가 있다.
부녀 사이
부부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남녀 사이 - 삼각 관계, 사각 관계
일로 만난 사이
면식은 있지만 잘 모르는 사이, 처음 만난 사이
친구, 상사와 부하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 운명공동체가 된 네 남녀
모든 관계에는 사랑이나 진심이 없다.
사랑으로 보이도록 포장된 관계(<오직 두 사람>),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관계(<아이를 찾습니다>), 사랑을 추구한 관계(<인생의 원점>)는 있어도
'정말 사랑하는 사이' 또는 '진심으로 대하는 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는 없다.
그 대신 불편함이 있다.
<오직 두 사람>에서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가스라이팅이,
<아이를 찾습니다>에서는 간절히 찾았지만 막상 찾고 나니 느껴지는 기나긴 단절의 시간이,
<인생의 원점>에서는 폭력과 주저함과 자기합리화가,
<옥수수와 나>에서는 배신, 환상으로 드러나는 욕망이,
<슈트>에서는 생면부지인 아버지와 아들의 혈연, 그 유전자가,
<최은지와 박인수>에서는 굳이 풀지 않는 오해가,
<신의 장난>에서는 미지와 무지가,
전부 다 불편하다.
소설은 끝이 나도 이 불편함들은 해소되지 않아서 정신을 정화할 거리가 필요했다.
한 줄 감상: 3시간 동안 신문의 '사회'면만 읽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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