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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앨리스 죽이기 - 고바야시 야스미 (스포 없음)

by 최사막 2023. 8. 11.

'이상한 나라' 속 인물(생물)과 '지구'의 인물을 적어놓고 누간 누구인지 연결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한 캐릭터도 놓치면 안 돼...

 

나도 기억에 남는 꿈이 있으면 '꿈 일기'를 적거나 '꿈 해몽'을 검색해 본다. 

어쩌다 무척 실감 나거나 오싹한 기분이 드는 꿈도 있지만, 지나고 나면 기억도 안 나고 현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 

 

이 소설의 캐릭터들은 현실과 꿈을 오가며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착각인지 헷갈려 한다. 

독자를 헷갈리고 복잡하게 만드는 건 캐릭터들의 대화다. 대화를 하는 건지 말장난을 하는 건지 말꼬투리를 잡는 건지 모르겠다. 단순한 말장난 같으면서도 복잡하게 얽히는 대화 속에 힌트들이 숨겨져 있다. 

물론 난 1도 눈치채지 못했다...

 

범인은 꿈에 과몰입한 사람이다. 꿈속에서 너무 분하고 억울해 이 사단을 냈다. 망상과 피해의식이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현실을 살았어야지. 

 

아무튼 지구에서는 '이 사람'이 범인인 줄 몰랐는데, 이상한 나라에서 '이 인물'이 수상하긴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인물이 아니라 이 인물이라는 것도, 또 나중에 밝혀지는 정체들도 전혀 눈치를 못 채서 반전의 반전이 거듭될 때마다 흥미로웠다.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빌이다.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엑스트라였지만, 이 소설에서는 거의 주연급이었다. 

인간도마뱀 승리. 

 

불쌍한 캐릭터는 험프티덤프티....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사연도 없이 죽는다. 이 소설에서는 제일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다. 왜 외모로 판단해?!

 

초반부터 목을 댕강 자른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마지막에 시원깔끔한 댕강이 아니고 답답한 장면이 계속되는 건 정말 꿈속 같다. 현실이라면 바로 해버릴 행동이 꿈에서는 속 터지게 안 되곤 하는 것처럼.

 

영화로 만들기 좋은 내용인데, 막상 영화로 만들면 너무 잔인해서 못 볼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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