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도 있다.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을 옆 사람이 권해서 하게 됐는데, 권한 사람은 쏙 빠지고 결국엔 나만 하고 있는 경우. 저자는 그런 계기로 무려 승마에 입문한다.
저자는 입문반에서 가장 겁이 많고, 선생님한테 제일 많이 혼나는 학생이다. 책이 끝날 때까지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고 선생님 말을 잘 안 듣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솔직하게) 썼다는 점, 그리고 다음 반도 수강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게 대단하다. 승마가 무섭고, 선생님한테 자주 혼나고, 반에서 제일 실력이 늘지 않는 저자가 내내 귀엽게 느껴지는 건 그녀의 성실함 때문이다. 결석하지 않고, 수업 전에 몸도 풀고 가고, 자신의 문제가 뭔지 고민한 뒤 답을 찾으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선생님한테 질문하고, 혼나도 기죽지 않는다.
사람 이야기보다는 말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데, 어떤 말은 자기 운명에 초연해진 상태인가 하면, 어떤 말은 사춘기 아이처럼 반항하다가 무서운 선생님이 등장하자마자 온순해진다. 하여튼 동물들은 참 웃기다. 말의 이름을 절기(동지, 처서, 소만이)로 짓기도 하고, 소주 브랜드(푸른밤 ㅎ)를 따서 짓기도 한단다.
제목만 보고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저자랑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 건지... 덜커덩 선생님은 매번 <덜커덩 선생님>이라고 괄호를 쳤는데, 이유가 뭘까? 좀 거슬렸다.
마지막 '보내는 글'에서 저자는 승마를 배우며 새로운 인연을 만나 우정을 쌓았다고 한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승마이고 배우는 과정이 다 재미있거나 순탄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그 마음을, 같은 반 학생들도 선생님도 좋게 보고 응원해왔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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