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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2

하품 - 정영문 노년의 남자 두 명이 동물원 벤치에 앉아 할재 개그를 주고받는다. 자기가 상대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말하고, 상대가 자기를 욕하면 기분이 나아진다. 상대를 조롱하는 데 그 조롱에서 애정이 느껴진다. “어떤 때는 자네가 나보다 낫게 여겨지는 때도 있단 말야,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내가 자네보다 못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아” 네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널 떠날 수 없는 이유는, 무의미한 말이라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말동무이기 때문이다. 침착맨(이말년)의 결혼 축사가 떠오른다. 결혼 생활은 나와 가까운 사람이 내가 하는 행동을 지켜봐 주고, 나도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봐 주면서... 무플인 서로의 글에 댓글 한 개 적어주는 것. 두 할아버지는 서로에게 이런 동반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결혼 생활 중.. 2023. 12. 30.
욕조가 놓인 방 - 이승우 주인공인 당신에게는 결혼이란 제도로 이어진 아내가 있다. 아내와는 권태기 상태. 아내에게는 요양 중인 다른 남자 K가 있다. 당신은 아내가 K를 만나러 갔을 때 집을 지키고 싶은 욕구와 집을 헐어버리고 다시 짓고 싶은 욕구가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지키고 싶은 집이 어떤 집인지, 다시 짓고 싶은 집이 어떤 집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당신은 해외에서 홀로 여행하던 중 '그녀'를 만났다. 한국에 아내가 있을 때였다. 낯선 장소, 이국적인 분위기, 석양, 어둠, 조명,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로 둘러싸인 당신은 당신과 그녀만 존재하는 듯한, 세상이 축소된 듯한 사랑의 세계에 빠진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운명처럼, 그녀가 사는 도시로 발령을 받는다. 우연이 반복되면 사랑의 숙명성이 증가한다고 믿는 당신은,.. 2023.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