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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 다비드 포앙키노스

by 최사막 2024. 7. 12.

다비드 본인이 소설가인 화자로 등장한다. 작품의 소재를 고민하다가 당장 밖으로 나가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한다. 

 

평소에 자주 봤던 담배 피우는 여자를 예상하고 나갔지만, 마주친 사람은 어떤 할머니. 그녀의 이름은 마들렌이다. 작가의 사정을 들은 마들렌은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지내는 마들렌에게는 딸이 두 명 있다. 장녀 스테파니는 보스턴에 살고 둘째 발레리는 근처에 산다. 마침 발레리가 마들렌의 집을 방문하고 작가는 마들렌 + 발레리 가족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게 된다.  

 

발레리의 가족은 남편 패트릭 마르탱과 딸 롤라, 아들 제레미까지 네 식구로, 바로 이들이 마르텡네 사람들이다. 

 

엄연히 말하면 이 책은 작가가 마르텡네 식구 네 명과 마들렌, 이 다섯 명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위한 '취재 과정' 이야기다. 다섯 명의 이야기를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헤어진 여자친구 이야기도 종종, 그리고 마지막까지 나온다.  

 

 

작가는 마들렌을 취재하면서 그녀가 그리워하는 건 사별한 남편뿐만이 아니라, 남편을 만나기 전에 진.짜.로. 사랑했던 남자, 이브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는 페이스북으로 이브가 LA에 산다는 걸 알게 되고, 마들렌과 작가는 이브를 만나러 함께 미국에 가기로 한다. 

 

발레리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권태기를 맞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는 점 때문인지 작가를 만나는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심지어 작가에게 패트릭과 이혼할 생각이라고 고백한다. 

 

패트릭은 회사에 새로 부임한 사이코패스 상사와의 면담을 앞두고 두려움과 무기력에 빠져있다. 

 

롤라는 시크한 사춘기 여학생으로, 관심사는 남자친구다. 

 

제레미 역시 자기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어설픈 유머를 날리는 십 대 소년이다. . 

 

작가는 오랜 시간 함께해왔던 마리와 헤어진 상태다. 마리의 이별 통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다. 

 

 

수십 년 전 이브가 갑자기 마들렌을 떠난 이유. 발레리의 심경 변화. 스테파니-발레리 자매의 관계. 패트릭을 호출한 사장의 목적. 이런 게 떡밥이다. 

 

애초에 우연히 마주친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게 계획이었으니까, 마들렌의 시점에서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를 썼다면 좋았을 텐데, 주객이 전도되어 마들렌보다는 발레리가 주인공이 되어버린 듯하다. 마들렌의 어린 시절, 처녀 시절, 직장 생활, 엄마로서의 삶... 이런 게 궁금한 데, 그녀에 대해 알아낸 건 겨우 남편과 첫사랑뿐이라니. 

 

 

작가는 소설의 '진정성'을 계속 강조한다. 초반에 쿤데라의 우연에 관한 글을 인용하면서 미리 약을 쳤다. 마들렌이 젊은 시절에 일할 때 만났다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나무위키 정보를 뜬금없이 여기저기에 넣고, 미국행 항공 비용을 마들렌이 지불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는 게 '실화'임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굳이 언급하는 등. 

 

하지만 논픽션임을 강조할수록 픽션으로 느껴진다. 떡밥이 하나씩 풀리면서 허구의 색깔만 강해진다. 특히 패트릭의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읽을 땐 어이가 없고 킹받았다.   

  

 

초반에 마들렌을 만나서 남편과 첫사랑, 직장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흥미진진했는데. 

다섯 사람과 마리의 이야기가 흐를수록 이렇게 억지로 톱니를 맞물리게 만드나, 생각하게 되는... 아쉬운 용두사미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