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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시몽 위로

by 최사막 2024. 6. 12.

 

 

위인의 책이다. 

 

'정원을 가꾼다'고 하면 사람이 감상하기 좋은 모습으로 만들려고 잡초를 제거하고 가지를 치고 살충제를 쓰는 게 연상되는 데, 이 가족이 가꾸는 것은 오직 생태계를 위한 '극친환경적' 정원이다.  

이들이 정원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식물뿐만이 아니다. 각종 벌레, 곤충, 유충, 새, 달팽이, 지렁이, 고슴도치, 두꺼비, 개구리, 도마뱀, 심지어 박쥐까지도 환영한다. 

정원이라고 해서 다양한 식물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더니, 너무 아름답고 예쁘다는 벌레, 나비, 나방, 곤충, 새들의 그림만 자세히, 아주 많이 그려놨다. 식물은 그냥 배경 수준. 

 

 

이 가족은 진정한 생물다양성 보존자이자 생태계 수호자다. 

 

- 땅을 갈 때는 지렁이가 죽을까 봐 일반 삽이 아닌 삼지창 모양의 삽을 쓴다.

- 커다란 나무에 물을 줄 때 나뭇가지를 부러뜨리지 않으려고 곡예하듯 수직에 가깝게 사다리를 놓는다. 

- 살충제를 극혐하고, 새로 무언가를 사기보다는 이웃들이 버린 것에서 재료를 찾는다.

두꺼비나 고슴도치가 쉬어가도록 짚 더미 아래에 기와를 놓아둔다. 

새들이 올 수 있게 새집을 짓거나 시멘트벽에 구멍을 뚤어 놓는다. 

 

 

일단 조금이라도 생태계를 조성해 놓으면 어떻게 알고 그 많은 생명들이 찾아오는지,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더 큰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결국 식물들은 각자 자기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가고, 그렇게 모든 것이 제 역할을 하게 된다.”

 

벌레, 두꺼비, 지렁이를 싫어하고 박쥐를 보면 119를 불러야 하는 나는 이런 삶은 못 산다. 애초에 식물 키우는 데 소질도 없고. 다만 '정원을 이렇게 가꿀 수도 있구나, 이렇게까지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구나, 진짜 자연은 이렇구나'하고 점점 경이로움과 경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작가의 말은 틀림이 없다. 

 

자연은 혼잡함 속에서 행복해한다. 

그것은 자연의 본성이고,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것은 걸레질할 수 있어야 하고, 청결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생명은 관상용 도자기가 아니다. 생명은 더럽다. 

우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생명은 온갖 곳에 오물을 남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생명과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자연은 공허를 혐오한다.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