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보잘것없다고 생각해 왔던 남자 게레가 길에서 진귀한 보석을 줍는다. 신문에는 어떤 사람을 17번 찔러 죽이고 보석을 훔쳐 달아난 사건의 기사가 실렸다. 하숙집으로 돌아온 게레는 하숙집 주인인 비롱 부인이 자신을 보는 시선에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다. 그 눈빛은 '소심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난폭한 남자였구나'라고 말하는 듯한, 놀라움과 존경이 담긴 눈빛이었다.
그 순간 게레는 엄청난 자신감과 용기를 얻는다. 그의 자존감을 살린 건 값비싼 보석이 아니라 자신을 수.컷. 범죄자로 오해하는 비롱 부인의 시선이었다. 온통 광물 잿더미로 덮여있던 게레의 마음속에 비롱 부인이라는 정원이 생겼다.
게레는 젊음도 아름다움도 잃어버린 늙은 비롱 부인의 자발적 노예, '엎드리는 개'가 된다. 비롱 부인을 마리아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녀는 그가 한 일보다도 그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고, 게레에게는 그 점이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어쩐지 마리아는 돌연 게레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 같다.
게레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지, 엄마와 아들처럼 보이는 커플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 건지,
방탕하고 문란했던 젊은 시절에 만난 남자들에 비해 게레가 시시해서인지, 보석의 존재에 다른 마음을 먹은 건지.
게레는 마리아에게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밝히지 않는다. 그녀의 시선, 관심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여러 사건이 지난 후... 결말에 반전이 있다.
마리아는 게레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마리아는 게레에게 보석을 팔아줄 사람을 안다고 했다. 보석을 팔아서 같이 세네갈에 가자고 했다. 그리고 지금, 보석을 팔아줄 남자가 하숙집에 왔다. 마리아가 마르세유에 살 때부터 알았던 양아치다. 양아치는 보석 값을 3명이서 나누자는 마리아를 수상하게 생각한다. 하숙집에 게레가 돌아온다. 양아치가 게레를 칼로 찌른다. 게레가 응급차에 실린다. 게레가 죽는다.
마리아는 그제야 깨닫는다.
마리아가 없는 사이 정원을 돌봐준 남자, 자신들을 조롱하는 깡패에 맞서 죽을 때까지 싸우는 남자, 세네갈에 가고 싶다는 마리아를 위해 승진을 포기한 남자, 젊고 예쁜 니콜이 아닌 마리아를 선택한 남자.
누구보다도 강한 수컷이었고 자신을 진짜로 사랑해 줬던 게레가 이제는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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