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3 밖의 삶-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의 관찰 일기. 주로 열차, 길, 마트나 쇼핑몰에서 직접 본 것이나 TV 혹은 신문에서 간접적으로 알게 된 소식을 기록하고 있다. 시대는 1993년부터 1999년까지이지만 며칠, 길게는 몇 달간의 공백이 많아서 분량은 많지 않은 편. 당시 프랑스, 특히 파리 모습이 어땠고 어떤 일이 화제가 되었는지 엿볼 수 있는 기록들이다. 사람/집단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미술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사망자들이 아닌 그림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에르노는 여러 세기 동안 수백만 명의 관람객에게 기쁨을 준 그림과 소수의 사람에게만 행복을 줬고 결국엔 죽을 운명이었을 아이를 대비시킨다. 그밖에도 관심을 받아야 하는 노숙자 VS 시선을 끌 필요가 .. 2025. 1. 2.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 윌라 캐더 19세기 말, 프랑스 출신의 장 라투르 주교와 요셉 바오로 신부가 뉴멕시코 지역에 선교사로 파송되어 현지의 멕시코인, 인디언, 여러 사제를 만나는 에피소드들. 윌라 캐더가 엄청난 상상력을 가진 수다스러운 이야기꾼이라는 걸 보여주는 소설이다. 잠깐 등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징 묘사도 놓치지 않아서 어떤 인물인지 금방 예측할 수 있다. 오지를 품은 선교사라고 해서 됨됨이가 바르거나 훌륭한 사람인 것이 아니며 누구나 결함 많은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소설이다. 춤을 좋아하고 여신도들과 가까이 지내는 사제,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면서 인디언의 미신을 믿는 사제, 권력에 맛을 들여 신도들을 지배하는 사제, 등등. 그러나 부족함 투성이임에도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낯설고 거친 땅에 생애를 바친 사람.. 2024. 7. 4. 뉴욕의 상페 전반부에는 상페와의 인터뷰 내용이 있고, 후반부에는 상페가 그린 표지들이 시간순으로 소개되어 있다. 인터뷰를 읽는 데 내 마음이 벅차올랐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원한다', '하고 싶다'고 감히 말도 못 했던 일들이 상페에게 일어났는데, 마치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희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장자크 상페가 솔직하면서 순수하고 또 조심스러운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상페의 그림을 보면 어느 한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만, 포커스를 벗어난 구석구석까지 신경 써서 그리지 않은 부분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공간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행동이나 표정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꽃잎 하나, 나뭇가지 하나 허투루 그린 게 없다. 섬세하고 성실한 작가의 면모가 인터뷰에서나 그림에.. 2024. 4.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