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초년생의 보편적인 회사 생활, 꿈, 인간관계, 사랑, 불안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신입사원 조연희(=우리)가 조직에서 매일 봐야 하는 사람들은 이렇다.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욕하는 사람. 뒷담화를 공유하면 친한 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동조하지 않으면 배신감 느끼는 사람. 부하를 노예부리듯 대하는 사람. 회의를 위한 회의를 만드는 사람. 일과 결혼했다고 말하지만 마음에 드는 이성 앞에선 녹는 사람. 그리고 각양각색의 '갑'들...
이런 사람들을 매일 만나면 자연스레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연희 역시 연극 동아리를 하며 문학을 논하고 찬란한 꿈을 꿨던 대학생 시절을 떠올린다.
연극을 함께 했던 친구 장미, 선배 소연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연극배우로 살아가는 장미는 연희의 과거를, 은행원이 되어 그 급(?)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소연은 연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연희는 친구의 장례식보다 승진 시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까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런데 나 역시 장미보다는 소연 쪽에 가까울지도.
연희는 장미를 보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돌아갈 수 없는, 돌아가고 싶은지 아닌지도 모를 연극 무대를 계속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미는 연극이라는 꿈을 포기한 연희를 대놓고 나무라니까 더 불편해지는 게 당연하다.
더 이상 예전의 연희, 장미, 소연이 아니다. 연극 동아리라는 같은 그룹에 있었지만 이젠 사는 세상이 다르다. 소속된 무리와 노는 물이 달라졌다. 우정이 변질되고 어긋나면서 친구들은 줄어들고 비즈니스 관계인 사람들만 늘어나기 시작하는 게 이때다.
그러나 장미가 떠나면서 연극에 대한 연희의 미련도 끝났다. 꿈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꿈을 꿨던 지난날의 연희와 장미, 소연은 여전히 과거에 남아있다. 현재라는 무대만이 계속된다.
이 시기에 연희가 사귀게 된 권이 좋은 남자이면서 나쁜 남자라는 것까지 현실적이다. 연희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연희의 마음을 잘 받아준다는 점과 여러 사람을 흔들어 놓을 만큼 매력적이라는 점에서 좋은 남자, 하지만 뉴욕에 있는 오래 사귄 연인과 굳이 헤어지지도 않고 굳이 연희를 밀어내지도 않고 여기저기 매력을 흘리고 다니는 나쁜 남자. 연희가 꼭 그 사람이어야 할 이유 없이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을 만난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서 다행이다. 알면서도 또 같은 만남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재미있게 읽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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