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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셰임 머신 - 캐시 오닐

by 최사막 2024. 11. 10.

한 배우의 기사가 뜰 때마다 '예전에 XX했다는 거 알게 된 후로 비호감' 같은 댓글이 꼭 있다. 과거 행동이 '박제'된 것이다. 그 배우의 행동이 이 댓글 작성자(그리고 이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에게 실제로 미친 영향이 있을까? 이들은 이 배우의 다른 장점을 보려고는 할까? 입장이 바뀌어, 어떤 사람이 이 댓글 작성자의 과거 잘못 한 가지를 끄집어내고 그 비난이 전파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한 시대다.

 

인간은 왜 마녀사냥을 끊지 못할까. 이 책은 다른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게 함으로써 소속감 혹은 뿌듯함을 느끼거나, 자기의 정의감을 과시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러한 본성을 이용하는 사회 제도를 꼬집는다. 

 

1부 '수치심은 돈이 된다'는 비만, 약물 중독, 빈곤, 외모를 근거로 사람들에게 죄책감과 열등감을 심고, 이를 악용해 돈(이득)을 얻는 기업과 정부를 지적한다. 

 

빈곤층을 비난하면 부유층은 돈을 아낄 뿐 아니라 우월감을 느낀다. 날씬한 사람이 뚱뚱한 사람 앞에서 느끼는 뿌듯함,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약물 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를 보며 느끼는 자기만족과 비슷하다. 나는 성공했고 저들은 실패했다는 심리다. 수치심 체계를 떠받드는 태도다.

 

 

2부 '혐오는 어디서 시작되고 확산되는가'는 사이버 불링, 차별, 인셀(비자발적 독신자) 현상을 통해 '온라인에 구축되어 있는 수치심 네트워크'를 이야기한다. 온라인 소모임에 파묻혀 시야가 좁아지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공유한 가치가 보편적이라고 믿고, 우리 커뮤니티를 떠난 사람을 배척하는, 지금 흔히 나타나는 위험한 현상들이다.  

 

우리는 정중하고 세세한 담론보다는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내용에 훨씬 반응하는 편이어서 진흙탕 논쟁에 곧장 빠져든다. 

 

 

3부 '정의감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팬데믹 때 있었던 에티켓의 강제, 촛불집회와 미투에서 보았던 저항하는 목소리의 중요성, 그리고 수치심을 다스리는 '자아존중감'을 다룬다. 수치심에 맞서기 위해 진실을 확인하고, 공공 서비스 부문을 조사하고, 권력자에게 대항한다는 방법들은 그 말이 옳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저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떼로 몰려가 약자를 비하하는 행동을 삼가는 것, 즉 다른 사람이 약자를 놀릴 때 동참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수한 사람에게 내가 일을 망쳤을 때 받고 싶은 위로를 해주고,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