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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상실 - 조앤 디디온

by 최사막 2024. 11. 13.

 

 

갑작스레 재앙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까지 

얼마나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가, 하는 생각에 몰두하게 된다. 

 

   미국 작가 조앤 디디온이 남편이자 동료 작가였던 존 그레고리 듄과 사별한 후 보낸 1년을 기록한 글. 이제는 조앤 디디온도 이 세상에 없지만. 

 

   존은 조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에 앉다가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돌아오지 못했다. 조앤은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 '갑자기' 벌어진 일의 전후 상황을 계속 돌아본다. 딸이 입원한 병원에서 존이 한 말, 의사가 한 말, 자신이 한 생각, 존이 쓰러지기 전에 읽고 있었던 것, 그날의 메뉴, 구급대원이 온 시각, 병원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의사들이 쓰는 용어, 누군가의 말의 의도, 사망 선고 순간...

 

   마치 남편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일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일어났을 리가 없다는 듯, 분명 어떠한 조짐이 있었을 거라는 듯. 계속해서 과거를 기억해 내려고 애쓴다. 존은 심장이 약해 여러 번 수술했고 존이 죽는다면 심장 때문에 죽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죽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징조를, 놓친 메시지를 본다.

말라죽은 나무, 자동차 후드 위에 핏방울을 뿌리고 죽어있던 갈매기를 기억해 낸다.

남겨진 사람들은 상징에 매달린다. 

 

   조앤은 존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과 동시에 존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뉴욕에서 사망한 존을 LA로 데려가서 시간을 되돌리면 다른 결말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누가 감히 '그건 말이 안 돼'라고 할 수 있나. 그녀는 만약에 자신이 무언가를 하지 않았거나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끊임없이 가정하고, 후회하고, 떠오르는 기억을 막아내지 못한다.

 

   존이 사망하기 전부터 그들의 딸 퀀타나는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조앤은 존을 떠나보낸 후에도 딸의 곁에 있어야 했다. 아내로서 남편을 떠나보냈고 엄마로서 딸을 지켜야 했다. 정말 잔인한 상황이지만 어쩌면 콴타나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조앤 자신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 에세이에서 조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직접적으로 쓰지 않았다. 스스로 자기 연민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과거를 마주하고, 의학 자료를 공부하고, 기록하고, 퀀타나 병문안을 가고, 의사에게 질문하는 등 아내이자 엄마인 동시에 작가인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그녀의 슬픔과 괴로움은 너무나도 잘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