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추리소설가의 유머집에 가깝다.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극적인 반전이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경이로운 스토리는 없다.
다만 소설가와 출판업계 종사자들의 다양한 고충이 재미있게 묘사되고 있다.
세금 공제를 위해 영수증이 있는 구매 물품을 추리 소설의 소재로 녹인다든가, 분량이 많아야 잘 팔리는 추세에 따라 한 페이지짜리 내용을 몇 배로 늘리는 작업을 한다든가,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서평을 대신 써주는 기계가 개발된다든가, 황당하고 기이한 설정들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 살인사건'에서 깜박깜박하는 고령의 추리소설가가 자신이 만든 설정을 잊어버리거나 등장인물의 이름을 헷갈리는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안타깝다. (이 소설에는 약간의 반전이 있다.)
요미와 동료들은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느긋하게 책이나 읽고 있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다.
책을 읽지 않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책을 좋아했던 과거에 매달려 있는 사람, 자신을 살짝 지적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 등이 서점에 드나들 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책을 읽었다,는 실적뿐이다.
소설가와 출판업계 종사자들이중심 인물이고 이렇게 황당하게 설정한 이유는 이런 '기묘한 시대'를 풍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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