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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고

무희 - 모리 오가이

by 최사막 2025. 1. 27.

키우던 강아지를 버린 사람들의 변명과 똑같은 이야기.  

 

 

[줄거리]

오타 도요타로가 베를린으로 파견된다. 원대한 포부를 갖고 떠났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에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어느 날 밤거리에서 울고 있는 소녀 에리스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아버지 장례비가 없다는 에리스와 에리스의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시계를 준다. 에리스는 밤마다 극장에서 일하는 무희였다. 오타는 배우와 사귄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잘린다. 

오타는 에리스에게 책을 주고 글을 가르치는 등 사제 관계 같은 연인 관계가 된다. 

직장이 없어 독일 비자 만료를 앞두고 있을 때 친구 아이자와 켄키치를 통해 어느 회사의 통신원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에리스의 집에서 거주한다. 에리스가 임신한다.

오타는 아이자와의 소개를 통해 야마가타 아리모토 백작의 통역관 일을 하게 된다. 아이자와는 출세를 위해 에리스와의 연을 끊으라고 조언하고, 오타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아이자와는) 학식과 재능이 있는 자가 어느 때까지나 한 소녀의 정에 얽매여 목적 없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백작의 러시아 방문 여정에 동행하게 된 오타는 20일이 넘도록 에리스를 떠나 지낸다. 에리스는 오타에게 편지를 보내 일본에 따라갈 의지가 있다고 한다. 

백작은 오타에게 일본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고 오타는 제안을 수락한다. 

오타는 에리스를 생각하며 밤길을 헤매다 쓰러진다. 그 사이에 아이자와는 에리스에게 오타의 일본행 소식을 알렸다. 에리스는 기절했고 분노했고 슬퍼했다. 편집증과 같은 정신병에 걸린다. 

오타는 에리스와 아이, 에리스의 어머니를 위해 돈을 주고 일본으로 떠난다. 

그리고 돌아가는 배 안에서 이 글을 쓴 것이다. 

 

 

 

소설에서 오타는 자기반성을 계속한다. 안타깝지만 반성과 후회는 성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큰 꿈을 안고 베를린에 왔는데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난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길이나 타인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자부했지만 “결정은 순조로울 때만 존재했고, 역경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릴 때 열심히 공부한 건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었고, “남들이 걷게 한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이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외부의 것이 두려워서 스스로 손발을 묶은 것뿐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면 감각과 생각도 달라진다"

 

어제의 에리스는 한 송이 명화 같았지만 오늘은 칙칙하다.

어제 에리스가 흘린 눈물은 동정심을 자극했지만 지금은 냉소를 일으킨다. 

어제 에리스의 집은 외국인노동자가 기댈 곳이었지만 이제는 출세를 위해 벗어나고 싶은 누추한 다락방이다. 

 

오타가 이 글을 써야 했던 이유는 에리스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글을 수 백장 쓴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 의미 없는 죄책감, 아무 소용없는 글이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무책임한 짓을 저지르고 자기변명을 위안 삼으며 살아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