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보고

주말 - 베른하르트 슐링크

by 최사막 2025. 2. 17.

 

 

 

 

장기 복역 중이었던 테러리스트 외르크가 사면된다. 외르크의 누나 크리스티아네는 외르크의 지인들을 자신의 친구 마르가레테의 별장에 초대한다. 이들이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을 보내게 된다.  

 

서독과 동독, 제국주의와 자분주의가 전쟁을 벌이던 시절에 외르크와 동아리 친구들은 해방과 투쟁을 위해 연대했다. 외르크가 테러에 가담하고 사람을 죽여 감옥에 갇혀 있던 20여 년 사이에, 헤너는 기자가 되었고, 일제는 교사가 되었다. 목사가 된 카린은 남편 에버하르트와 함께 왔다. 울리히는 치과 기공회사의 임원이다. 그의 아내 잉게보르크와 딸 도를레도 모임에 참석했다. 마르코는 사면된 외르크가 다시 성명서를 발표하고 혁명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외르크의 추종자다. 외르크의 변호사 안드레아스도 있다. 토요일에는 외르크의 아들 페르디난트가 온다. 

 

 

이제는 각자 다른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은 테러리스트를 변함없이 친구이자 형제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쟁한다. 외르크를 비난하기도 하고 감싸기도 한다. 생각만 하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 행동은 어디까지 용인되는지. 자기 손에는 더러운 것을 묻히기 싫고 남이 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닌지. 감옥 생활에 대한 호기심, 외르크는 반성과 후회에 도달했는지, 또 다른 테러를 계획하고 있는지, 불안한 의심과 불편한 연민을 느낀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 할 자책감을 안고 있으면서 의무적으로 진리(진실)의 교리를 강조해야 하는 '자유하지 못한' 카린

동생이 감옥에 갇혔을 때 안도했고 세상을 돌아다닐 때 불안감을 느끼는, 그리고 결국 진실을 공개해 '자유로워지는' 크리스티아네

쭉 침묵을 지키다 “한 시대에 유행했던 문제는 굳이 잘못된 것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언젠가 그냥 끝나버리기 마련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그것을 대변하면 주변과 고립되고 열정적으로 대변하면 웃음거리가 된다”라고 일침을 날리는 에버하르트

도를레가 벗은 몸으로 외르크를 유혹했지만 외르크는 도를레에게 손도 대지 않자, 딸이 유명 테러리스트와 잔 것을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관능적인 외모의 딸을 무시한 외르크에게 기분 나빠하는 울리히(이 사건은 토요일에 외르크의 아들 페르디난트가 별장을 찾아오면서 새롭게 전개된다. 애인과 아들을 버린 아버지, 사람을 죽이고 애도를 표하지 않는 사람, 자신을 살인자의 아들로 살아가게 한 외르크를 원망하는 페르디난트를 도를레가 위로하고 두 사람은 동침한다- 도를레는 '유명 테러리스트의 아들'과 잤다고 자랑하고 싶은 것일까?),

역겨운 부모의 영향으로 절망감과 무력감 속에 살던 헤너와 우울증 이외의 멜랑콜리를 사랑하는 마르가르테의 만남, 

대학생 때 외르크의 반항적인 모습에 반했지만 쾌활함을 잃어버린 지금의 외르크에게 차갑게 식어버린 채 그동안 미뤄왔던 글쓰기의 욕구를 강하게 느끼고, 몇 년 전 수상한 죽음을 맞이한 을 주인공으로 테러리스트 소설을 쓰는 일제

그리고 전립선 암 판정을 받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사면될 수 있었던 외르크

 

 

우리는 모두 꿈을 실현하지 못한 망명자다. 하지만 망명자라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가? 

망명지에서의 화해는 또 다른 꿈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용기 있는 행동 vs 용기 있는 포기, 변하는 시대 vs 불변하는 진리, 용서의 방향과 주체 등 정답을 알 수도 찾을 수도 없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던져지고 온갖 사상과 주장이 서로 충돌하는 혼란의 파티 속에 독자를 앉혀놓는다. 어떤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은 채 애매한 '물 퍼내기' 화해 후 흩어지는, 불발탄 같은 이야기.